250323_사랑이 뭐지
오늘도 작하!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 받으며 '사랑' 찾아 사는 인간의 삶에서 흔하게 입 밖으로 나오지만 정작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원가족과의 사랑 말고 사랑이라는 것을 해본 적은 있는가 묻고 또 묻으면 없었다라고 답할 수 있다. 결혼까지 했지만..
어릴 적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며 사랑이 무엇인가 고민해본다.
엽기적인 그녀(2001)

2001년은 내가 중학교에 올라갔을 때이다. 초등학교도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는 집돌이에 우리는 가족끼리만 똘똘 뭉쳐있었다. 우물 안에 개구리 가족이었다.
가족과 영화를 보다가도 약간의 스킨십이 있어도 왜 저럴까 쳐다보았고 아이가 생기는 것을 중학교 가정시간에 처음 알았다. 친구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는데 나는 그 수업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정선생님은 내 친구의 어머니였고 어릴 적부터 잘 살던 그 집에는 게임기가 많아 자주 놀러갈 때마다 뵈었던 친구엄마였는데.. 그 친구 어머니가 수업시간에 OHP 필름에 남자 성기 그림하나와 여자 성기 하나를 교차하면서 설명하는데 어찌 잊혀지겠는가. 정말 '오 마이 갓!' 이었다. 그걸 또 어머니에게 가서 이랬다고 말할 정도로 여전히 순수한 아이였다.(하긴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산타할아버지를 믿었으니...)
서론이 길었지만 그런 사춘기도 오지 않은 나에게 엽기적인 그녀는 사랑이야기보다 코미디 영화였다. 후반부는 지루했다. 왜 헤어져야 하고 왜 다른 남자에게 저렇게 설명해야 하는 지 이해를 못했고 심지어 이게 명장면이라니.. 어른들의 세계는 이해 못할 일이 투성이었다.
그래도 예쁜 배우의 적극적인 모습과 풋풋한 대학생의 사랑은 연인이란 저런 것이구나 느끼게 해줬다.
그게 사춘기를 진입하기 전의 사랑 입문 영화로 떠오른다.
연애소설(2002)

영화, CF를 모으며 봤던 시절의 시작이다.
특히 나는 차태현을 좋아했고 여배우 중에서는 이은주를 좋아했다. 영화에서는 자꾸 어긋나 그 어린 시절에는 화내며 봤던 영화다. 그 시절 연애 소설, 인터넷 소설하고 같다. 왜 이리 뜻대로 안되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지 그때는 몰랐다. 복잡한 인물 관계도처럼 사랑의 짝대기는 보자마자 던져 승부를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중학교 때 나이에 당연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또 이대로 사랑의 애절함을 흐느끼며 보게 해준 영화가 아닐까 싶다.
도마뱀(2003)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키루카카 쿠루쿠루 깐따삐아 싸우르스', 어린 아역배우들이 도마뱀을 보며 이름을 지어주던 대사이다. 중학생이 몇 번이고 다시 본 영화이다. 강혜정 배우를 좋아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어찌나 화나던지. 위 영화들은 마주 보고 사랑을 하는 것 같다면 이 영화는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듯 사랑을 하는 듯 하다. 즉 뒤에 선 사람은 앞 사람의 뒤통수만 보고 해야 하는 힘든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건 아이때부터 어른되어서도 닿을 듯 말 듯한 이 영화 속 사랑인 듯 하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4)

우연히 만났지만 이런 인연이 있을까 싶은 사랑이야기
하지만 사랑만 가지고 부둥켜 앉고만 살 수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서로 응원하고 살자 했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동반자에게 화살이 가게 된다.
두 사람만의 집과 세상을 만들어 갈 것 같았지만 세상에 맞춰져 살다 결국 서로를 응원하며 보내주는 사랑.
두 사람이 딱 맞는다 해도 퍼즐은 모든 퍼즐이 맞아야 하나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2024)

이건 아직 다 보지는 못했다.
어쩌다 최근에 추천을 해줘서 보게 되었는데 사랑은 갑자기 찾아오더라. 그리고 자꾸 눈이가고 몸이 가다보니 마주하고 있더라. 다만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로 헤어져 있는 상태까지 봤다.
이 영화들 사이이도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지만 여기까지만 적어봤다.
내 세대에서 이해 할 수 없었던 사랑, 그 세대가 되보니 이해되는 사랑, 하지만 사랑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 사랑이라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사랑이라는 말을 전혀 모른다. 그저 '좋다' 라는 감정은 있지만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고 '좋다' 라고 따라오는 사람에게는 거절하지 못하는 사랑을 해왔다.
그래서 내게 사랑은 늘 후회다.
지금도 어김없이 후회를 하고 있다.
'나 같은 것을 누가 좋아해'라는 마음으로 살아왔고 그래서 조금만 표현해도 고마움으로 만나왔다.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 큰 착각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이제와서 생각하고 있다. 영화로 생각해본 이유도 '주인공'처럼 생각하기 위해서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남이 아닌데 '나'가 아닌 '남'을 의해 살았다니..
그래서 '나'를 위해 사는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이미 엉켜버린 가지를 잘 자라 내야 하는 것이 첫번 째인 것 같다. 하지만 채소를 기르던, 나무를 기르던 초보자는 가지치기가 참 어렵다. 다 소중한 것처럼 보이고 아까워서 손이 안간다.
그게 가지를 썩게 하는 지 모르고.. 그게 나무를 죽이는 지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