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선택이 아닌 주어진 삶이라면
죽음은 선택되게 해주세요.
마치 없었던 사람처럼 소멸되게 해주세요.
그럴 수 없을 거라 알지만 어쩌면 그렇게 사라질까요.
고통 없이 가는 것이 축복이라지만 고통 없이도 쉽지 않네요.
순간 죽는 것이 좋을까, 서서히 죽는 것이 좋을까.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고민합니다.

삼주째 매일 두통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보다 더 오래되었습니다.
10알짜리 종이상자에 든 타이레놀보다 통으로 3통씩 사다놓고 가방, 책상에 두고 먹습니다.
어릴 적 가족들이 농담으로 구멍 뚫린 곳은 다 아프다는 고모부를 놀리던 명절이 떠오릅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프시길래 그러시지 했는데 대답은 못 듣고 제가 그 꼴이 되었습니다.
눈은 몇 주째 진물이 덮어 아침 저녁 약과 인공눈물로 씻어내지 않으면 물밖으로 나온 물고기가 깜빡이거나 뻐금거릴 때마다 끈적거리는 모습입니다.
입안은 잇몸이 붓고 상처 투성이에다가 이빨이 다 보일 정도로 내려간 잇몸에 곧 쏟아질 것 같네요.
다른 구멍에도 진물과 피가 쏟아져 나와 어떻게 해야 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허리는 지난 번 목과 함께 좋지 못하다는 판단을 받았는데 교통사고로 인해 허리가 다친 것 같고
왼쪽 무릎이 사고때 다쳤는데 왼쪽발이 계속 열이 올랐나 내려갔다하는 것이 염증이 생긴 듯 합니다.
대장쪽은 구멍으로 나오는 것만 봐도 안 좋은 듯 하고
가장 심각한 건 심장통증인데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장 압박이 있다보면 머리에 피가 닿지 않는 듯 잠깐 멈춥니다.
죄인이라 온 몸이 망가져 죽어야만이 그나마도 죄값을 덜고 갑니다.

아직 조금 더 버텨야 할 것 같습니다.
괜히 이 정도에 병원에 가면 의사가 고쳐놓으면 골치 아픕니다.
이렇게 간절합니다.
혹여 저를 살리려거나 살려고 한다면 온 정신일 때 죽고 싶어 하는 마음이니 꼭 죽여주십시오.
연명은 연병, 이 죽음만큼은 선택하게 해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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