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작하!

외할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못하다.
연세가 있으니 당연한 것인데 받아드리가 힘든 만큼 내게 소중한 사람이다.
그런 소중한 사람과 더 소중한 우리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다녀오게 되었다.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추고도 몇개를 더 울리게 했다.
실수할까봐, 병원을 못 갈까봐 걱정하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준비하여 5시 좀 넘어 고향으로 가며 왠지 슬펐다. 하루가 길 것 같았다.
어머니를 모시고,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대전으로 출발했다. 출발은 무난했다. 웃으며 이야기하며 병원을 향했다. 아마 병원 진료 전 서로 갖고 있는 마음의 무게와 서로 아닌 척 하기 위해 더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병원에 들어서니 살짝 긴장이 되고 진료를 시작했고 검사를 받았다. 병원에서 조금만 친절했으면 좋겠는데 의사가 껄렁하고 간호사들의 특유의 차디찬 얼굴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들의 직업적 특성이겠지, 다 나 같으면 무조건 방전되겠지라며 위안을 삼았다.
진료를 기다리며, 검사를 기다리며 우리 셋은 의자에 앉아있었다. 삼대가 앉아있고 환자는 우리 외할아버지이신데 어머니는 나를 바라보신다. 외할아버지가 걱정되시겠지만 걱정의 마음이 나에게도 향해 있다. 검사를 진행하며 여러 이야기 시지만 내 걱정이 가득함이 느껴진다. 그 속은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나라면 혼내고 싶을 것 같은데 어머니는 또 다독이고 위로하고 사랑해주신다. 비뚫어진 아들의 마음에 가시 돋는 말과 행동에도 안아 주신다.
그게 지금까지도 눈물이 나는 이유이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그저 숨기는 것이 효도라 생각하는 멍청한 아들이
마치 군 입대를 앞두고 어머니에게 속마음이 흘러나와 '저 군대 안가면 안돼요'라고 물어 어머니 마음을 휘저어놨던 것처럼 이제와 사실 어머니 품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말하고 싶었다.
이 나이에 진짜 할 말은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나선 기억이 잘 안난다. 그냥 그때부터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고향으로 모시고 가고 할아버지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 다시 집으로 왔다.
긴장이 풀렸는 지, 피곤했는 지 어제 저녁에는 완전 뻗었다.

셋이 운전하며 가면서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냐고 했을 때 '외할아버지와 같이 살 때'라고 말씀하셨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결혼하고 아이낳고 지금까지 고생하는 이 시기보다 어릴 적 아버지와 살았던 그 마음이 최고의 순간이신가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곁에서 커 온 순간은 잊혀지지 않고 가장 소중한 순간이다.
누가 선풍기바람도 건강에 안좋다고 부채로 키우며 외손주를 이리 사랑으로 키우겠는가.
그 바쁘시지만 늘 데리고 다니며 부족한 나를 채워주시며 살았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감사하고 죄송하다.
어머니에게는 더 그렇다. 해드린 것 없이 받기만 해야 하는 내가.... 어떻게 해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

겁도 많고 하고 싶은 것보다 하기 싫은 것이 더 많은 내가
앞으로 전진할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이다.
나는 어느 높이에서라도 떨어져도 안전하게 받아주실 그물 같은 존재이고, 너무나 촘촘하고 넓어서 오히려 그물 밖에 안보이는 존재이다.
그런 그물이 영원할 줄 알았다. 그래서 바보 같이 살았던 것 같다. 그 그물이 닳고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병원에서 확인 시켜줬다.
인정해야 하지만 아직도 눈물만 펑펑 흘리는 바보다.
언제쯤 어른이 되려나 큰일이다.
그물이 되어 줄 나이에 아직도 그물을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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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하!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다음 날, 하우스 천장이 날라갔는데 비가 온다.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하는데 슬프다. 26일의 기록을 적어본다.

불행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
되는 일 없는 요즘, 상담사가 묻는다.
'요즘 힘든 일을 자꾸 겪는데 어떤 마음이 드세요?'
사실 자포자기 심정이지만 그렇게 마음 먹는 순간, 마치 저주에 걸린 듯하게 살 것 같아 마음을 바꿔먹었다.
돌팔이 점쟁이를 탓하다 동생의 한 마디였던 '그래서 좋아진 건 지 모른다'는 말에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편하다.

요즘 다시 법정스님의 말씀을 꺼내본다. 말씀에 힘이 있고 말만 떠드는 사람이 아닌 실천가라는 생각이 들어 따끔거리며 듣고 있다.

동지들이 함께하고 있다. 마음의 문을 열어 남의 이야기만 하다 내 이야기를 꺼냈고 나때문에 동지들이 눈물을 보였다.
그 뒤로 생존 문자, 생존전화.. 심지어 밥 먹었는 지 안 먹었는 지를 물으며 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사람도 있다.
내가 뭐라고 그들은 이리 애를 쓰는 지 모르겠지만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인 듯 하다.
또 일을 돕겠다고 오는 사람, 그리고 오늘은 두 명이나 와서 일을 돕고 내가 좋아하는 김밥과 국수를 준비해왔다.
참 희안한 사람들이다.


인연
각자도생, 독고다이 등 늘 혼자 살아야 한다며 외치지만 누구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 관계를 맺고 있다.
어머니 말씀하시길, '맨날 떠난다는 놈이 속세의 인연을 그리 맺냐' 라며 끝없이 받아주고 심지어 동물들까지도 다 보살피는 어머니의 한 마디였다.
나는 오는 이 막지 않고 안타까운 이 지나치지 못한다.
그 정도가 심해 내가 해줄 수 없는 이상을 하다 망했고 심지어 해줄 수 없는 영역을 해주지 못해 속상하다.
이것도 역시 중독이라 생각든다.

하지만 이런 인연이 꼭 나쁘진 않았다.
머리 검은 짐승은 배신뿐이라는 것과 달리 이들이 이제는 나를 돌봐주고 있다. 내가 서로 돌볼 수 없기 차단하고 있었다. 그 기회를 드리며 마음을 여니 이 들이 나를 돕겠다고 위로하고 응원한다. '받음'이 이렇게나 즐겁고 살 맛나게 하는 것 같다.


사실 사건 사고가 많아 불행하지만 요즘 행복한 것도 있다. 즐겁고 재밌는 일이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다시 꿈을 꾸고 싶어지고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철 없는 짓일 지라도 참 행복하다.
덕분에 명확히 가지를 쳐내는 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짓된 모습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제는 눈치를 덜 보고 내 마음 가는대로 해보려고 한다.
고마움에 대한 미안함, 신이 아닌데 넘치는 양보로
내 줄기와 뿌리 썩는 일 그만하고 조금 살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사실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 지는 모르겠고 아직도 두렵긴 하다. 불안정하기 때문이겠지만 이 스릴 속에서 많은 인연들이 흔들리지만 넘어지지 않게 조타(배의 핸들)를 함께 잡아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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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하!

오늘도 '인생여전'하다. 특히 더 '안녕'하지 못하다.

거센 바람에 우리동네 건설현장에 타워 크레인이 쓰러졌다.
꿈자리도 사납고 학교 가기 전 속이 뒤집어질 듯 했다.
오후에는 학교를 가야 하는데 학교 가기가 왠지 싫었다.
그래도 교수님이 못와도 되지만 못오면 서운할 것 같다는 그 한마디와 논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 학교에 나갔다.

학교는 가는 길에도 트럭을 타고 가는데 차선이 바뀔 것 같이 움직였고 운전하는 내내 불안했다.
수업시간 내내 집중은 안되고 창밖을 보며 우는 듯한 창문 소리에만 귀기울이고 있었다.
온 신경이 그뿐이니 피곤하기만 하다. 농장에 들려 확인하고 갈까 했지만 그냥 집으로 가기로 했다.
집으로 가던 중 동네이웃이 메세지가 왔다.
'사장님 하우스가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요'

온갖 바람에 시달리다 사정없이 찢어진 비닐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진다.
지난 12월에 큰 돈 주고 갈았던 하우스인데 재생불가 상태도 보인다.
안그래도 허리띠를 조이고, 그럼에도 목전까지 왔는데 이제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
오후 내 있었던 두통은 더 심해지고 손발이 떨렸다. 운전도 못하겠는데 빨리 가서 확인해야 하는 집념으로 무조건 달렸다.
농장에 가면서 함께 하는 대표님께 연락을 했다.
'알겠어 갈게' 라는 말 한마디에 공주에서 달려오셨다.
요즘 안동으로 현장 가시는데 산불로 고속도로가 막혀 우회하여 4시간씩 현장을 트럭타고 다니시는데 퇴근하자마자 농장으로 달려오신 대표님.
오자마자 웃으며 그러신다.
'세상에 쉬운 것 하나 없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나 싶지?'
그러면서 눈물 나기 전 웃음부터 나게 하신다.
그리고 비닐하우스를 확인하고 업자에게 전화해 '왜 우리집만 비닐이 날라가는겨!' 라고 말했더니
그쪽도 화원하시는데 4개동 하우스가 날라가서 수리중이라고 하신다.
'급하니 한번 봐줬으면 좋겠다'며 전화를 끊으시고
나와 마주보고 웃으며 '자기것도 4개나 날라갔다는 데 할 말이 없다 ㅋㅋ' 며 마무리 지었다.
커피 한잔을 나누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쉬운 일이야 걱정하지마 그냥 잊어'라는 말과 함께 대표님은 떠나셨다.

그래도 가슴 아픈 건 사실이다. 작년으로 모든 불행은 끝났다 싶었는데 올해는 사고가 너무 많다. 계속 위기가 찾아온다. 예전 같으면 일이 터지자마자 어머니를 찾았겠는데 어머니를 그만 괴롭히고 싶었다.
내 존재 자체로 어머니의 만가지 고민이 더 생겼다.
'모든 일이 죽어야 끝난다'라는 말처럼 역시나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생긴다.

밤 9시가 넘어서야 깜깜해져 보이지 않을 때 현장을 벗어나 집에서 밥 한끼 먹고 그대로 잤다.
새벽에 막다른 골목으로 계속 쫓기는 꿈을 꿨더니 너무 지친다. 새벽 3시가 안되어 잠에서 깨.. 오늘 하루도 길 것 같아 다시 잠들려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결국 4시에 씻고 나왔다.

날이 밝지 않아도 처참한 현장은 보이고
사장님을 기다려본다.
그러며 다시 꺼낸 현장 사진에 자세히 보니 이제서야 보인다. 우리 유월이의 불안한 모습이.

어제도 음주운전 의심 차량으로 사고날 뻔했었는데 동생이 운이 나뻐 사고날뻔 한 게 아니라 운이 좋아져 사고가 안난 거라 했다.
그게 떠올랐다. 학교 가기 싫어 안갔다면 하우스가 날라가는 모습을 보며 분명 하우스 천장으로 올라가 비닐을 잡으려 애썼을 것이다.
하우스 사장님한테 어제 전화해 하우스 비닐좀 잡아두면 안되냐고 했더니 지금 올라가면 바로 바람에 떨어져 사고 난다고 절대 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마 나라면 돈이 뭐라고, 비닐이 뭐라고 조금이라도 살릴려고 붙들고 있었을텐데 어쩌면 동생 말처럼 다행일 지도 모른다.

하루에서 수백번 바뀌는 내 마음에 정신이 없다.
당연한 것이라 하고 그것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고 스님이 말씀하셨다.
아직도 이 고행이 두렵다.

그래도 유월이를 보며 미안하다.
'너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리고 안타까웠을까... 그리고 짖어서 이웃이 알게 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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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하!

요즘 잠 들기 어렴고 잠 깨기가 쉽다.
자기 전부터 엄청난 주문을 외우고 잔다.
'제발 고통 없이 잠들게 해주세요'
하지만 자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며 온 몸을 비틀어가다 잠이 든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다시 중간에 깨는 것을 반복하거나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한다. 오늘도 1시가 넘어 잠들어 4시 좀 지나 일어났다.
1시간 정도 눈 뜨자마자 다시 감았지만 결국 이렇게 기록이나 하고 있다.
죽고 싶다면서 잠 자고 싶어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면... 죽고는 싶은지...

24일 오후 3시반쯤 수업을 하러 나가는 중
한 탑차가 갑자기 머리를 드밀며 들어와 깜짝 놀라 멈췄다.
차량 진입 금지 돌도 박아가면서 비틀거리고 속도가 전혀 나지 않는 차량.. 바로 따라가 쳐다보니 나이 많으신 어르신이 창문 열고 눈꺼풀이 무겁다.
음주가 의심되어 112에 신고한 후 따라갔다.

여전히 비틀거리는 상황에 위치만 파악해 경찰분에게 안내드리고 가던 길로 갔다.
저 차가 2차선, 제가 3차선이었으니 코앞이 아닌 운전석을 쳤다면 나는 어땠을까?
죽고 싶다는 사람이 핸들을 꺾어 멈췄다. 살고 싶은 건 아닐까

저속노화로 요즘 핫한 의사, 정희원 선생님이
평소보다 1시간 덜 자면 소주 1병을 원샷한 상태라고 한다.
요즘 내 상태가 그렇다. 매일 매일이 몽롱하다.

어머니가 높은 층에서 사는 것은 좋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서 몽롱하면 21층 사는 나는 한 발자국 앞에 두고 몽롱하다. 우울함이 배로 된다.
그래서 농장이 더 빨리 가거나.. 저녁을 먹고 쉴 시간에도 농장을 향한다.
두 발이 땅에 붙어있어라 그나마도 마음이 진정된다.
아파트를 처음 살기 시작한 20대 후반, 13층을 시작으로
15층, 17층, 21층...
계속 높아져 왔다.

한 동요처럼 '하늘까지 닿겠네' 라는 가사가 생각난다.
몽롱한 이 아침에 날 밝아지는 것이 잘 보여 곧 하늘이 닿을 것 같다.
다만 원래 없었던 것처럼 소멸되었으면 좋겠는데..
그 누구도 죽었는지 아니 있었는지 몰랐으면 좋겠는데...
우리 부모님만이라도 모르셨으면 좋겠는데....
하루에 몇 번 눈물을 흘리며 빌어보고 고민해봐도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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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하!

그래도 살아
요즘 나를 보면 '죽지 말라'는 사람이 늘었다. 상담사뿐만 아니라 지인들도 나보고 죽지 말라며 때론 생존 확인이라며 전화까지 주는 사람들.. 나의 죽음이 이렇게 소문났나보다.
이번 주 상담에서는 내가 달라진 점이라고 했다. 항상 농담과 즐거운 모습만 보여줬던 것과 다르게 지인들에게 죽고 싶은 마음을 여럿 이야기했다는 점이 달라졌다고 한다. 변화의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 전부터 이야기 하고 털어놓고 싶었던 것 같다. 상담사는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남도 나를 도울 수 있게 기회를 주라고 한다.
요즘 지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는 나의 상황에 대해 죽지말라는 말의 원인이 되었다.

눈물이 펑펑
지인들과 저녁자리, 술자리에서 꺼낸 내 말에 하염없이 운다. 지인들 앞에서 살면서 울 일이 있었겠는가.. 그래서 지인들도 나를 보고 운다. 웃음으로 시작한 자리가 눈물의 자리가 되는 요즘이다. 저녁이라서만은 아니다. 낮에 만난 지인은 나보고 죽지말라고 펑펑 운다. 죽는 건 내가 죽는 데 왜 남이 우는 지 모르겠지만 괜히 미안하다.
이번 폐업파티 때 신나게 파티하고 다 보낸 후 이젠 죽고 싶다라는 생각에 처절했는데 그보다 행복했어서 눈물이 더 난 것 같다.
죽음 앞에서도 눈물이, 죽음을 말했을 때도 눈물이, 행복해서도 눈물이 난다.

살려는 노력
3월 15일 폐업파티를 준비하면서 신나게 준비하며 끝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지 준비가 너무 안되었다. 그냥 하기가 싫었다. 함께 일해주는 동지가 나의 마음을 읽어 하지말라며 본인이 준비를 다 하는 것이다. 누군 말 꺼내기도 눈치보이게 싫은 내색하는데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다.
행사 때도 마치 자기 일처럼 하는 동지들이 고마웠다.
최근 지인들과 술 자리에서도 얼마나 행복한 지 만취해도 행복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친구들과 노래방을 갔는데 화면 속 뮤직비디오에 이상형 같은 사람이 나와 3차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찾으려 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혀지고 있다.
이렇게 나는 죽으려는 마음과 달리 살려고 하는 노력처럼 느껴졌다.
참 희안하게 '살려는 노력'을 하니 슬펐다. 나의 몸이 이미 많이 상했다는 것도 느껴지고.. 살려고 하니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이미 난간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몇 달째 벌이 없이 멈춰 있으니 여유까지 없다.
멍청한 놈이 나를 생각 안하고 남만 생각하다 여기까지 왔다. 이런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 살려는 노력이 꿈일까..
벌이, 병원보다 사실 끊어내고 싶다.
내 첫번째 살려는 노력은 그것이다.
내가 나무라고 했던 외할아버지의 말씀을 빗대어 보며
그 나무가 가지가 내 몸을 향해 가득이고, 무게를 버티지 못할 정도로 가득있다.
이 가지를 쳐내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이미 많이 썩었다.
잘라내고 싶다. 살려면 노력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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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하!

연휴라는 것이 사람을 늘어지게 하지만
그 늘어짐이 사람을 얼마 안가 조급하게도 합니다.
삶에는 덤이라는 게 없나봅니다.
늘 덤에 속아, 아니 스스로를 속여 조급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더 어렵게 해결하거나 망치기도 합니다.

연휴 중턱에 여전히 여유를 부리며 조금만 더 쉴까 하다 오늘 출근이 늦었습니다.
짝은 아침에 잠깐 자고 일어나 계속 잠을 자고
오후에 억지로 같이 출근했지만 또 잠에 듭니다.
에너지가 없으니 잠만 잡니다.

조울이 심해지며 병원도 몇 번, 약도 몇 번을 바꿔가며 조절하고 있지만 조울의 증상과 약 먹고나면 생기는 증상들까지 더 해 힘들어합니다.
처음 병을 알고 그리고 치료하면서도 사실 기대나 희망이 없었습니다.

어제 저녁, 같은 정신과를 다니는 동네지인과 저녁을 먹는데 2년반이상을 다니고 병원 약도 곧 끊을 희망적 메세지와 임신에 대한 생각도 갖고 있다는 이웃 부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뭔가 기대하게 하고 희망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는 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하루를 보내며 그 기대와 희망을 기다리기에는 가혹합니다.

기대와 희망을 갖으니 욕심만 생겨 마음이 조급해지니.. 또 화가나고 우울합니다.
오히려 빨리 소멸하는 것이 해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고통을 계속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녁을 먹고 이 시간 다시 사무실에 나가려고 차 안에 가만히 있자니..
눈물이 절로 납니다.
마침 오늘 본 기사가 '1시간 전 죽을 결심... 자살 기다리면 지나가' 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1시간만 참아보자.. 또 글을 쓰며 마음의 정리를 해보자 다잡습니다.
홀로 터에 앉아.. 고양이 녀석들과 난로를 째며 글을 적고
잠깐이나마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1시간을 보내봅니다.

차를 타고 언덕 길을 내려오며 빗길을 주행하는데
그대로 미끄러졌으면 했지만
이 글을 쓰는 저는 아직도 살았습니다.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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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새론 양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새론 배우의 작품을 몇 개 보았었는데
단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여행자'이다.
1970년대에 아버지의 손에 고아원으로 가게 된 '진희'(김새론)의 이야기이다.
단연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진희의 이 장면...

출처 : 네이버영화 스틸컷

몇 번을 보았던 영화다.
정말 어린 배우의 연기에 감동했는데...
그의 실수가 다시 세상 밖으로 못 나오게 가로 막았다.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웠을까.. 이제서야 안타깝기만 하다.
영화 아저씨를 빗대며 소미(작 중 김새론 역이름)를 왜 구했냐는 조롱부터...

아무튼 소식을 듣고 잠이 오지 않는다.
나도 떠나고 싶다.
아무도 없는 곳은 이 땅에 없을 것 같고 살아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그 세계를 겪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상상 속에서라도 땅 속에 들어가거나 하늘 나라로 떠나고 싶다. 그렇게 사라지고 싶다.
지극히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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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모ㅡ2ㅡ흰쌀밥과 잡곡밥  (0) 2022.08.23

스스로 선택이 아닌 주어진 삶이라면
죽음은 선택되게 해주세요.
마치 없었던 사람처럼 소멸되게 해주세요.
그럴 수 없을 거라 알지만 어쩌면 그렇게 사라질까요.
고통 없이 가는 것이 축복이라지만 고통 없이도 쉽지 않네요.
순간 죽는 것이 좋을까, 서서히 죽는 것이 좋을까.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고민합니다.

삼주째 매일 두통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보다 더 오래되었습니다.
10알짜리 종이상자에 든 타이레놀보다 통으로 3통씩 사다놓고 가방, 책상에 두고 먹습니다.
어릴 적 가족들이 농담으로 구멍 뚫린 곳은 다 아프다는 고모부를 놀리던 명절이 떠오릅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프시길래 그러시지 했는데 대답은 못 듣고 제가 그 꼴이 되었습니다.
눈은 몇 주째 진물이 덮어 아침 저녁 약과 인공눈물로 씻어내지 않으면 물밖으로 나온 물고기가 깜빡이거나 뻐금거릴 때마다 끈적거리는 모습입니다.
입안은 잇몸이 붓고 상처 투성이에다가 이빨이 다 보일 정도로 내려간 잇몸에 곧 쏟아질 것 같네요.
다른 구멍에도 진물과 피가 쏟아져 나와 어떻게 해야 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허리는 지난 번 목과 함께 좋지 못하다는 판단을 받았는데 교통사고로 인해 허리가 다친 것 같고
왼쪽 무릎이 사고때 다쳤는데 왼쪽발이 계속 열이 올랐나 내려갔다하는 것이 염증이 생긴 듯 합니다.
대장쪽은 구멍으로 나오는 것만 봐도 안 좋은 듯 하고
가장 심각한 건 심장통증인데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장 압박이 있다보면 머리에 피가 닿지 않는 듯 잠깐 멈춥니다.
죄인이라 온 몸이 망가져 죽어야만이 그나마도 죄값을 덜고 갑니다.

아직 조금 더 버텨야 할 것 같습니다.
괜히 이 정도에 병원에 가면 의사가 고쳐놓으면 골치 아픕니다.
이렇게 간절합니다.
혹여 저를 살리려거나 살려고 한다면 온 정신일 때 죽고 싶어 하는 마음이니 꼭 죽여주십시오.
연명은 연병, 이 죽음만큼은 선택하게 해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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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7. 오늘은 첫 대학원의 날

 

다시 학교에 나서게 된 날이다. 

지난 번 서류 한번 내러 학교에 갔다 왔는데 젊은이(?)들 사이를 다니다보니 기분이 이상하고 괜히 언제 나이가 이렇게 먹었지라는 생각을 하고 다녔다. 다수의 젊은이들을 피해 계산과 골목을 요리조리 다녀 서류 제출하고 왔다.

이래서 소수는 늘 위축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저녁수업이지만 일이 잘 잡히지 않는다.

아침에 법인세 정리를 위해 서류 준비, 미리 주어진 과제 등을 하니 오전이 휘릭

 

오후는 하는 둥 마는 둥 농장 정리 휙

 

18시 수업을 위해 나선 17시쯤

차량 수리를 맡겨 트럭을 타고 학교를 가는 모습에 짝이 '형님 학교 가다' 느낌의 나를 응원한다.

25분이면 될 거리를 50분은 걸려 도착한 학교..

 

첫 수업의 21명의 학생들과 수업을 듣게 되었고 수업 소개와 자기소개로 끝났다.

어색한 분위기에 뭐라고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남의 이야기는 잘 듣는다. 수업 내용보다 사담을...

상담 업무를 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고 의외의 직업군도 있고 갓 졸업한 몇 분도 계셨다.

나만 '왜 이런 전공을?' , '왜 이 수업을?' 이라는 생각이 드는 자기 소개였던 것 같다.

 

떨리고 어색함에 어질하고,

소수가 된 기분에 즐겁다(?)

 

:D


어릴 적부터 우리 집은 현미밥을 먹어왔다. 기본 현미밥에다가 가끔 잡곡이 들어간 그런 밥. 그래서 기본적으로 밥은 하얀색이 아니라 살짝 누렇다고 생각해왔다.
'현미가 건강에 더 좋다'라는 말도 있지 않았는가.
또 성인이 된 후 현미를 생으로도 먹기도 했고, 현미찹쌀 누룽지는 내 별미 간식이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집은 흰쌀밥보다 현미밥이었다.

그 거친 현미밥은 알고 보니 속을 쓰리게 했다.
나는 가족과 식사를 하고 나면 속이 늘 쓰렸다. 고등학생이 내시경 검사를 할 정도였다.
신경성인가, 과식이어서 그런가, 소식이어서 그런가.. 모두가 정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알았다. 나는 현미밥을 먹으면 속이 쓰리다는 것을.
몇 번의 실험 끝에 알아낸 결과.. 30대에 알게 되어 지는 30년을 안맞는 것과 살아왔지만 이제야 안 것도 다행이다.
오로지 몸에 좋은 것! 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30대 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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